연출의 글
연출 임진철
2005년,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 성매매 업소에서 일어난 화재로
20대 중반 성매매 여성 5명이 사망한다.
폐쇄된 창문과 쇠창살에 갇혀진 여인들의 비명소리.
소설은 당시 사건을 모티브로 쌍둥이 자매의 엇갈리는 운명을 담담히 그려낸다.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염두에 두었던 점.
원작소설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낭독극처럼 그대로 복사하지 않으면서, 독립된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 것.
소설을 해제하여 나열하기 시작한다.
사건을 재배치하여 극적 상황을 만들고 인물들로 채운다.
인물들의 심리를 행동하게 하고, 오브제로 무대에 생명을 준다.
얼추 꾸려진 대본을 객관화한다. 정·반·합.
다시 수정한다. 또 객관화. 수정, 또 수정.
소설이 가진 무한한 자유를 무대라는 좁고 단단한 감옥 안에 가둔다. 하지만 이 물리적 제약이야말로 연극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거대한 서사를 무대 위 단 하나의 오브제와 배우의 거친 숨소리로 압축할 때, 그 제약의 틈새를 뚫고 나오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 본질의 이야기일 것이다. 갇혀 있기에 비로소 폭발하는, 무대만의 아이러니한 확장성. 이제 여기에 연극성(演劇性)을 더한다.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소설의 글귀들이 무대 위를 걸어 다니는 모습을 목도하고자 한다.